
4월은 너의 거짓말
드라마/일본/15세이상 관람가/22부작
이시구로 쿄헤이 감독
엄마의 죽음으로 피아노를 칠 수 없게 된 천재 소년이 목표도 없이 지내던 중 친구의 들러리로 나가게 된 데이트로 인해 인생이 바뀌어 가는 이야기
내 인생의 애니메이션을 뽑는다면 <명탐정 코난>, <더 파이팅>을 뽑을 수 있다. 두 작품 다 원작이 만화책인데,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호적 메이트 덕분에, 나는 글을 읽자마자 만화책부터 읽었다. 그때 두 작품 다 접했고, 조금 더 커서는 애니메이션까지 보고 컸다. 두 작품 다 대사를 줄줄 외울 정도로 돌려봤고, 내 인생에 크고 작은 영향을 준 애니메이션이다. 하. 코난은... 할많하않. 액션 영화가 되자마자 끊었다. 대신, 초기 작품은 아직도 돌려 보고 있고, 최애캐의 굿즈는 전부 가지고 있음......... 아니, 이게 중요한 게 아니고. 근데 더 파이팅은 엔딩이 대체 왜. ...아니, 이게 아니고. 이런 얘기로 포스팅을 시작한 이유는, 4구라는 내 인생에 영향을 주지는 않았지만, 내 인생을 생각나게 하는 애니메이션이기 때문이다. 아, 4구라는 <4월은 너의 거짓말>을 우리나라 애니팬들이 줄여서 부르는 별칭입니다. 처음 들었을 때는 '아, 그 예쁜 애니를 왜~!!!'하고 소리쳤었는데 어느새 내가 그렇게 부르고 있음...
여기서 간단하게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을 내 인생 얘기를 한다면, 나는 3살부터 피아노를 치기 시작해서 15년 가까이 피아노밖에 모르고 살았다. 어찌어찌해서 관두고 지금은 공대를 졸업했지만, 대학시절부터 피아노가 아닌 다른 음악 분야에서 여전히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대학을 졸업하고 정말 우연히 보게 된 작품인데, 알고 보니까 꽤 유명한 작품이었다. 나만 모르더라...... 줄거리를 설명하자면, 음악 얘기다. 엄격했던 엄마가 돌아가신 이후에 귀에 장애가 생겨 피아노를 칠 수 없게 된 천재 주인공 소년 코세이가 천재 소녀 카오리를 만나면서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음악과 다시 만나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그리고, 그들의 제일 친한 친구들인 츠바키와 료타까지. 모두 너무 사랑스럽고 ㅠㅠㅠ 짠한 아이들이다. 근데, 메인 포스터가 왜 저래. 중학생 캐릭터를 굳이 저렇게 노출시킬 게 뭐람.
주연 캐릭터 둘의 설명 간단하게 하고 넘어가야지.
아리마 코세이.
중학교 3학년. 피아니스트인 어머니의 꿈을 이어받아 천재적인 피아니스트로 성장하여 정확하고 엄격한 스타일의 연주를 보여준다.
나, 너, 우리 모두의 주인공 코세이. 애니를 보는 내내 과몰입할 수 있게 해주었던 코세이. 어릴 적 내 모습과 겹치는 게 좀 있어서, 마음이 많이 쓰였다. 하, 애기 때의 코세이 너무너무 귀엽다...... 누나가 까까 사줄까... 코세이는 어릴 적부터 어머니의 엄격한 교육 속에서 완벽한 대회용 피아니스트로 거듭난다. 그러니까, 악보에 적힌 그대로 연주해낸다는 뜻이다. 시한부 선고를 받은 코세이의 어머니는 혼자 남겨질 아들을 위해 엄격한 어머니를 자처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자 어머니는 칭찬 한번 해주지 않고 더욱 더 엄격하게 아들을 대하고 코세이가 딱 한 번 반항한 그날이 어머니의 마지막 모습이 되었다. 그런데도 그 대회의 본선에 나오는 코세이를 보고 사람들은 수군대지만, 어쩐지 나는 이해가 갔다. 그렇게 해서 좋은 성적을 받으면 어머니에 대한 죄책감이 조금 덜어질 거라고 생각한 거겠지. 여튼, 그날 이후로 코세이에게는 장애가 생긴다. 자신이 치는 피아노 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는다. 다른 연주 소리는 멀쩡히 들리지만, 본인이 치는 소리만 들리지 않는다.


미야조노 카오리.
코세이와 같은 중학교 3학년으로 천진난만, 기상천외, 제트 코스터 같은 성격의 소유자. 연주 스타일 또한 개성적이다.
코세이를 무대로 다시 이끌어내는 인물. 천재 바이올리니스트이다. 남들 눈은 신경쓰지 않고, 오로지 자신의 개성을 살려서 연주하는 것이 특징이며, 대회에 나가서도 멋대로 연주해서 극과 극의 평가를 받아내는 인물이다. 상을 받지는 못하더라도, 대회가 끝나고 나서 기억에 남는 연주는 카오리의 연주일 것이다. 해맑고, 제멋대로인 부분이 있다. 어릴 적 코세이의 연주를 듣고 완!전! 반해버린 과거도 있다. 음... 굳이 고백하자면 사실 난 카오리 별로임. 이유는 밑에서.


이 애니메이션 원작이 만화책인 줄은 알았는데, 영화까지 나온 줄은 몰랐다. 2016년에 일본에서 개봉했고, 국내 개봉은 없었단다. 그래서 몰랐구만. 개인적으로 둘 다 볼 생각 없음.


작화도 예쁘고, 무엇보다 음악이... 음악이...... 클래식을 종류별로, 게다가 개성 넘치는 클래식도 있고, 클래식의 정식이라고 할 만한 연주도 있고. 여튼 귀가 진짜 진짜 즐겁다. 작화 구경하고 가세요.


이제... 내 후기를 찐하게 남길 시간이쥐. 일단, 나는... 완벽하게 과몰입했다. 22회 전부를 이틀만에 다 봤다. 태블릿 PC로 봤는데, 몸에 힘이 들어갔는지 반쯤 봤을 때 목이랑 어깨에 담 와서 난리 났었음 ㅋㅋㅋㅋ 그리고 또 카오리가 코세이를 억지로 무대에 세울 때는... 구토도 했음. 말 그대로 과몰입했다고 볼 수 있지. 구토를 왜 했냐면, 이 애니는 무대 위에 있는 사람의 심정을 너무나 잘 표현했다. 관객의 소리가 들리지 않을 정도로 뛰는 내 심장, 머릿속이 하얘지는 심정, 또... 피아노 건반을 누를 때 건반이 움직이는 소리. 이 모든 게 어린 나이의 내가 실제로 경험한 일이다. 코세이처럼 음이 안 들리는 경우는 없었지만, 너무너무 긴장하면 거짓말 같이 건반이 움직이는 소리가 들린다............... 진짜로..... 다른 소리가 들리지 않을 정도로 심장이 뛰는 소리가 너무 크게 들리는 것도 경험해봤다. 우, 글 쓰면서도 울먹거렸어... 15년 동안 피아노를 치면서 많은 무대를 올라갔고, 지금도 무대는 올라가고 있지만, 무대 위에서 드는 긴장감은 도저히 적응이 안 된다. 그걸... 너무... 소름 돋게 표현해놔서...... 흑흑 힘들었어. 이런 표현력들에 공감하면서 울기도 너무 많이 울었다. 3화부터 엄청 울었음 ㅋㅋㅋㅋㅋㅋ 그냥 끝낼 때까지 주구장창 울었다. 주변에 물어보니까 다들 이 정도는 아닌 듯. 그냥... 내가 너무 과몰입했습니다.
다음은 카오리가 별로인 이유.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입니다. 카오리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뒤로가기 눌러주세용. 카오리는 자신의 꿈을 위해, 그리고 코세이를 위해 코세이를 계속 무대 위에 세우려 한다. 좀... 불편할 정도로 과하게... 안 그래도 커다란 트라우마가 있는 코세이에게 연습도 안 한 채로 관객이 있는 무대 위에 세운다든지 하는 부분은... 그냥 화만 났음 ㅋㅋㅋㅋㅋ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건 본인의 의사가 제일 중요하다. 당연히 무슨 뜻으로 한 건지는 아는데, 그냥 너무 불편했다. 타인의 트라우마나 공포증을 가볍게 여기는 우리나라식 사고 같아서 (일본 애니지만) 꼴 보기 싫었음. 카오리의 방법은 코세이에게 너무 폭력적이었다고 생각한다. 전문가도 아니면서...... 뒤쪽으로 가면 알겠지만, 사실 카오리는 시간이 없다. 그래서 더 떼를 쓴 건데, 그건... 정당화할 이유가 안 된다고 생각한다. 좀 차갑게 들릴지는 모르겠지만, 그건 카오리 사정이고...... 내가 코세이에게 너무 과몰입해서 그럴 수도 있지만, 그냥 그렇다고. 어쨌든 나는 보는 내내 불편했다. 끝까지 코세이는 응원하고 카오리는 으... 하면서 봤음 ㅋㅋㅋ
이 애니 다 보고 바로 다음날, 눈뜨자마자 눈곱만 떼고 바로 피아노 앞에 앉아서 3시간이 넘도록 피아노만 쳤던 기억이 난다. ㅎㅎㅎ 그러고나서는 애니메이션 영화 <피아노의 숲>을 봤다. 4구라 리뷰 쓰니까 또 보고 싶네. 보러 가야지.
10점 만점에 9.5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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