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일드 인 타임 (The Child in Time , 2017)
드라마/영국/15세 관람가
줄리언 파리노 감독
유명한 동화 작가 ‘스티븐’에게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딸 ‘케이트’가 실종되는 사건이 벌어진다.
딸의 부재는 행복한 부부였던 ‘스티븐’과 ‘줄리’의 사이까지 멀어지게 만들고,
상실감 속에서 매일을 견뎌나가던 두 사람은 일상 속에서 소중한 흔적들을 조금씩 발견하기 시작한다.
규게입니답. 오늘은 좀 차분하게 포스팅해볼게요. 이 영화 어제 자기 전에 봤는데 아직도 여운이 남아있거든요. 이번에도 역시 줄거리도 모르고 영화를 틀었는데, 러닝타임이 짧더라고용. 90분 좀 넘었던 걸로 기억해요. 근데 여운이... 아주... 후아.
일단 줄거리부터 읊어보겠습니다. 어린 딸을 잃어버린 후, 스티븐(베네딕트 컴버배치 분)과 줄리(켈리 맥도날드 분) 그리고 그 주변 사람들에게 일어나는 일들을 아주 덤덤하게 다룬 영화예요. 이게 중요합니다. 덤덤하게. 제가 이 영화를 추천하는 제일 큰 이유입니다.
개인적으로 카메라 무빙, BGM을 포함한 연출이 굉장히 마음에 들었어요. 이렇게 슬픈 소재를 자극적인 장면 하나 없이 해내네요. 쉽게 말해서 어떤 장면에서 엉엉 울게 하는지 않지만, 중간중간 나도 모르게 눈물이 고이거나 나도 모르게 깊은 곳에서 내뱉는 한숨이 나오는 영화입니다. 좀 더 쉽게 말하기 위해 제가 친구들에게 자주 쓰는 표현을 가져오면, 상업영화답지 않은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밑의 스크린샷은 네이버 영화에서 가져왔어요. 제일 위에 있는 네티즌 한줄평 3개.

영화에 나오는 모든 연기자가 굉장할 만큼 연기를 잘 하거든요. 지금 집 앞에 나가면 다들 같은 마을에 살고 있을 것 같달까...
하지만 그 중에 제일 눈에 띄는 배우는 단연컨대 베네딕트 컴버배치. 이 영화의 주인공이기도 하고 -사실 주연은 두 명이지만- 러닝타임 내내 스티븐에게 초점이 맞춰져있어요. 그러니까... 화자가 스티븐인 느낌? 한국에서도 컴버배치 배우로 홍보를 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셜록 덕분에 외국에서도 유명한 배우니까 어쩔 수 없나... 싶다가도 굳이 안 그랬어도 됐을 것 같공. 개인적인 생각인데, 울림이 있는 영화는 뭐가 어찌됐든 알아보는 사람들이 있더라고요. 이 영화가 그런 영화라고 생각해요. (천만관객이 들만큼 성공한 건 아니지만......)
저 지금 사실... 이 깊은 영화를 어떤 말들로 표현해야할지 모르겠어서 엄청 쩔쩔매고 있어요. 흑흑...... 책을 그렇게 많이 읽는데... 이게 안 되네요. 하..... 글 쓰시는 분들 존경합니다.
아, 덤덤한 연출에 대해서 더 얘기하고 싶어요.
일단... 시작하자마자 음악이 없어서 고개를 갸우뚱했던 기억이 나요. 영화를 보면서 깔리는 노래들을 하나하나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없으니까 바로 알겠더라구용. 원래 음악에 민감하기도 하고~ 근데, 시작부터 그래서. 시작할 때는 보통 음악, 또는 큰 효과음과 함께 시작하는 게 보통이잖아요. 저어번에 제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영화음악 감독님이 TV에 나와서 하신 말 중에 "영화가 2시간이면 감독님들은 거의 2시간의 음악을 원한다." 라고 말한 적이 있는데, 그거 보면서 '그렇겠다... 그 씬의 분위기를 만드는 아주 큰 부분이니까.' 이렇게 생각한 적이 있는데. 이 영화는 러닝타임의 절반 정도? 음악이 없어요. (개인적인 체감상) 근데 이것도 음악으로 할 수 있는 연출의 한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음악을 깔지 않음으로서 덤덤함과 절절함을 표현한 것 같달까. 지이인짜 슬프고 절망적인 장면에서도 음악이 깔리지 않더라고요. '이건... 용기다.' 라고 생각했어요. 영화와 영화음악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느끼는 거니까 직접 보고 판단해주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카메라 무빙. 영화 내내 덤덤하게 스티븐과 줄리를 쫓아다니거든요. 근데 마지막에, 긴장되면서도 희망찬 부분에서는 같이 뛰더라고요. 저 그게 너무너무 좋았어요... 하아아아...... 입을 틀어막을 정도로 좋았어요 ㅠㅠㅠㅠㅠ 카메라 연출을 다루는 방법은 모르지만, 그래서 더 좋았던 거일수도 있고... 이론적인 내용을 몰라서 좋다고 생각한 걸수도 있죠 ㅋㅋㅋ 뭐 여튼... 좋았다구요 ㅠㅠㅠ 좋았어요 으앙
근데 그 중에 최고는 연기예요. 덤덤하지만 슬픔이 깔려있는 이... 실제 인물같은 연기. 베네딕트의 연기는 늘 감탄하게 됩니다. 잘한다고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제일 놀랐던 건 <이미테이션 게임>, 두 번째로 놀란 게 이 영화예요. 크... 잘한다 잘해.
영화 20분 쯤에 베드신이 나와요. 자극적인 장면은 전혀 아닌데(15세 관람가), 그냥 딱 봤을 땐 좀, 뭐라해야되지, 놀랐어요. 예상도 못해서. 영화 보고 나면 왜 들어가있는 장면인지 알게 되지만요. 그리고... 자살에 대한 트리거가 눌릴 수 있는 장면이 나옵니다. 꽤 자세하게 줌을 땡겨서, 꼭 언급해야겠다 생각했어요.
흠... 평소처럼 스틸컷을 가져오려고 했는데, 스틸컷 21장 중에 2장 빼고 전부 베네딕트 사진이네요... 너무해... 그래서 안들고 왔어요. 흥.(?)
아, 스티븐의 어머니가 하는 대사 중에 정말 너무 가슴에 박힌 대사가 있었는데요.
그리워하는 것과 사랑하는 것은 다르단다.
일단 저는 아이가 없고, 아이에 대한 부모의 마음? 그런 걸 생각해본 적이 없거든요. 아이를 낳을 생각도 없고. 그래서 사실, 영화보면서 저 감정들을 알겠고 이해가 된다 싶지는 않았어요. 그냥 막연히 슬프겠다... 안쓰럽다... 그 정도지.
근데 저 말이 유난히 가슴에 박히더라고요... 스티븐에게 해줄 수 있는 말 중에 제일 어른스러운 말이었다고 생각해요.
글 쓰면서도 한 번씩 울컥하네요. 이렇게까지 감정을 쏟아서 보지는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허허...
처음 볼 때도 이렇게 많은 게 보였으니까, 한 번 더 보면 더 많은 연출과 감독의 생각이 보일 것 같아요. 그래서 몇 번 더 보려고요. 간만에 마음이 동하는 영화를 봤네요.
10점 만점에 10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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