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 번의 토요일을 반복하며 마주하게 된 진실!
호러 미스터리 장르에서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해온 작가 황희의 소설 『월요일이 없는 소년』. 독자가 잠시도 긴장을 풀 수 없게 만드는 서사 전개 능력이 탁월했다는 평을 받으며 제1회 대한민국 전자출판대상 대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성 소수자인 주인공이 연쇄살인 뒤에 얽힌 광신에 가까운 종교에 대한 비밀을 파헤치며 스스로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내용의 미스터리 타임스릴러다.
몸은 남자, 마음은 여자인 열아홉 ‘소녀’ 은새는 일요일 아침, 공공의 적만 살해한다는 처단천사 연쇄살인사건의 여섯 번째 희생자가 나왔다는 뉴스를 듣는다. 뉴스 화면에 뜬 희생자의 낯익은 얼굴을 보고 충격을 받은 은새는 곧이어 발길이 향한 지하철역에서 전철에 투신하려는 남자를 구하고 교통사고로 죽은 엄마의 전화를 받으면서 타임루프에 휘말리는데…….
짠. 아주 따끈따끈하게 읽은 책을 가지고 왔다. 무려 바로 어제 읽은 책. 딱 이틀 만에 전부 읽었다. 그 정도로 흡입력이 있는 책이었다. (원래 책 읽는 속도가 빠릅니다. 참고하세요) 대략의 내용을 요약하면 주인공인 은새가 누군가를 구하기 위해 계속해서 토요일로 돌아가는 타임루프 물이다. 참고가 됐으면 좋겠으니까 책 말머리에 나오는 타임루프와 의식의 리프 설명을 옮겨 적어보겠다.
의식의 리프: Consciousness Leap
본문에서 말하는 '의식의 리프'란 타임루프를 허용하려 들지 않는 시간이, 이미 벌어진 일들을 그대로 유지하려는 속성을 지키기 위해 만들어낸 방어기제다. 타임루프는 줄곧 앞으로만 흐르는 시간의 입장에선 돌연변이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타임루프: Time Loop
시간여행의 일종이지만, 자신이 가고 싶은 과거 혹은 미래의 시간대로 갈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의도하지 않은 채 다람쥐 쳇바퀴 돌듯 일정한 시간만을 반복해서 오간다. 일반적인 시간여행의 경우 시간여행을 '한다'는 표현을 쓰지만, 타임루프의 경우 루프에 '휘말렸다'는 표현을 사용한다. 의도하지 않은 시간대를 영원히 반복해 오가고 싶은 사람은 없기 때문인 것 같다. 루프가 반복될수록 시간은 자의식을 가지게 되고, 과거와 미래는 조금씩 변화한다. 언제 어떻게 뒤틀릴지 모르는 타임루프는 결코 안전하지 않은 여행이다.
여기서 나는, 의식의 리프라는 용어를 처음 들어봤다. 처음 쓰인 소재인지 아닌지는 모르겠는데, 이 책의 내용에서 상당한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덕분에 어어음청 조마조마하고 스릴 넘쳤다. 책을 처음 보자마자 저 용어 설명을 보고는 이해를 못했는데, 책을 읽고 나서 용어 설명을 다시 읽고 아, 하고 깨달을 수 있었다. 위에서 줄거리를 너무 요약한 것 같으니까 조금 더 풀어보면, 남자로 태어났지만 자기가 여자라고 생각하고 느끼는 고3 소녀 은새는 아버지와 단 둘이 산다. 사이비 종교에 빠져 나쁜 짓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연쇄살인범 아버지를 도와 사체를 토막 내다가 절망을 느껴 집을 나온 은새는 자기도 모르게 타임루프에 휘말린다. 일요일에, 돌아가신 엄마의 전화를 받으면 토요일로 다시 돌아간다는 걸 깨닫고는 이것을 이용해 한 사람을 살리려 노력한다. 이 과정에서 은새는 성 정체성에 대한 고민 때문에 세상을 넓게 보지 못한 자신을 깨달으며 성장하게 된다.
이 책은 사건과 연관된 사람들이 은새의 타임루프가 반복되면서 자기도 모르게 처음 보는 상황을 익숙하게 받아들이고 생각의 방향이 조금씩 변한다는 설정을 갖고 있다. 나는 이 책의 신의 한 수가 의식의 리프와 이 설정이라고 생각한다. 계속해서 같은 사람들이 아니라 조금씩 바뀌는 사람들로 인해 자칫 지루할 수 있는 부분들이 그렇지 않게 서술됐다고 생각하기 때문. 물론... 그것 때문에 상황이 더 악화되기도 하지만. 어쨌든 나는 그 내용을 지켜보는 독자지, 스토리 내에 서있는 인물이 아니니까. ㅎㅎㅎ...
이 책을 얘기할 땐 성소수자 은새에 대한 얘기를 안 할 수가 없다. 본명은 은혁. 소극적이고 자신을 숨기기만 바빴던 은새가 자신의 편인 사람들을 만나면서 점점 당당해지고 강해진다. 책에서는 은새와 은혁을 구별해서 말하는데, 그것도 참 좋았다. 참고로 대부분의 주어는 은새다. 책의 말미에는 이렇게 쓰여있다.
* 책을 읽는 동안, 독자들이 은혁을 '그녀'로 생각하고 '은새'로 받아들이는 데 익숙해졌다면 생물학적 남자인 은혁을 '그'가 아닌 '그녀'로 묘사한 작가의 의도가 성공했다고 본다.
작가님, 완벽하게 성공하셨어요.
나는 특히, 재민이라는 인물이 참 좋았다. 트랜스젠더가 되어도 꿈을 가질 수 있다고 은새에게 반복해서 얘기해준다. 나는 이 책 내에서 재민이 그 누구보다 강한 인물이라고 생각한다. 멋있는 사람... 이 책도 필사했는데, 필사 내용의 대부분이 재민의 대사이다. 꽤나 내 마음에 들었나 보다. 책을 보는 내내 재민이 좋았다면, 책을 덮고 나서 제일 먼저 생각난 인물은 은새의 어머니이다. 그녀도 참 강한 사람이다. 인정할 줄 알고 맞서 싸울 줄 아는 사람. 엄마 보고 싶다......
스포가 될만한 내용은 없습니다. 조금의 내용도 먼저 알고 싶지 않다면 사진 속의 내용을 보지 마세요.
이 책의 모든 것이 좋았냐. 사실 뒤에는 좀 지루했다. 앞이 너무 흥미진진했던 탓일 거다. 근데 보통 타임루프 물이 그렇지 않나? 나는 그런 편견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아쉽진 않았다. 모든 스토리가 끝나고 다른 시간에 사는 은새와 어머니에 대한 얘기도 좋았다. 해피엔딩인지 배드엔딩인지 헷갈리게 하는 내용이었달까. 여튼, 간만에 스릴 넘쳐서 잔뜩 웅크리고 집중했다.
10점 만점에 7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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